안녕하세요, [이~야x3]의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를 담당한 참빼미입니다.
우선 이 프로젝트의 후기글을 쓰기 전에 관련이 있는 다른 후기만화를 먼저 준비해봤습니다. ㅋㅋㅋ!!
본업도 내팽개치고 고놀에 집중한 시간 빌게이츠의 작업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후기는 대부분 작업중에 있던 일을 이야기하는
뻘소리가 대부분임을 참고해주세요!
팀장 인턴 이기자님이 가져오신 원곡,
<됐어 됐어 됐어>의 MV는 간단한 루프 애니메이션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침 간단한 루프 gif를 만든 경험이 있어서 딱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원곡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는건 제 성미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건 이기자님도 마찬가지셨습니다.
저희는 무조건 원곡 영상을 초월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우선 원곡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진심으로 하면 잘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적당히 즐길래~ '
라는 생각에 빠져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가장 절실한 상황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신에게 비는 것밖엔 없는,
파멸로 들어서는 두 명의 욜로족.
기자님은 이 내용을 각색해서
1절에는 는 내용을,
2절에는 를,
3절에는 을
(말 그대로 라는 메세지를) 담기로 했습니다.
위의 세 가지 메세지를 모두 담자고 한 것은
기획 초기 왁파고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원래는 이기자님이 위의 세 가지 메세지를 각각 담은 세가지 후보곡을
왁파고님께 전달드렸는데, 왁파고님은 모두 포기할 수 없다고 하셨답니다.
욕심쟁이 로봇 같으니...)
열정이 끓어오르던 저도 영상에 더욱 신경쓰기로 했습니다.
프레임 수, 컷 수, 장면 구성 모두 원작의 분위기를 착실히 살리면서도
그보다 더 풍성한 영상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작업했습니다.
또한 영상에 등장하는 소품, 의상, 아트스타일은
레트로와 팝 스타일로 변주를 주었습니다.
이 커버곡의 메인보컬은 망령탈출을 여러번 실패한
왁파고님과 권민님의 듀엣을 상정해서 기획한 것이었기에
권민님께도 섭외 요청을 드렸고,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바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권민님)
처음에 저희는 1절 분량의 대략의 스토리보드를 작성해봤습니다.
직후 이기자님은 개사를 진행했고
저는 바로 첫 장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관련 기능 하나 없는 툴로
한 프레임 한 프레임 그려서 포토샵으로 조립하는...
어떻게 보면 정말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작업해왔습니다.
포토샵으로 내보낸 투명배경 gif는 테두리에 계단현상 발생,
게다가 장면마다 프레임 수는 제 입맛대로 늘거나 줄어서
씬마다 프레임 속도는 제각각,
심지어 그렇게 만든 gif 파일을 프리미어에 옮기자
프레임이 중간중간 손실되는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3분이 넘어가는 영상을 제작하기에는 버거운 상황...
그래서 저희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차라리 png 한 장씩,
즉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전부 이미지로 넣어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자고요.
ㅋㅋㅋㅋㅋ........
심지어 저는 아이패드로만 작업을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과정의 무한반복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한 땀 한 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저희의 모습은 마치...
뭐 어찌보면 이런 게 낭만 아니겠습니까.
안 그래도 영상 테마도 레트로와 팝으로 가는 김에 작업과정도 구닥다리로 가보는거죠 ㅋㅋ...
저 때문에 고생하신 이기자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깁니다. ㅎㅎㅋㅋ!
(그림 중간 중간 색이 약간 빈 곳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기자님이 직접 포토샵으로 땜빵해주심...... 감사합니다.....ㅠㅠㅠ.....)
그렇게 작업은 진행되어 갔고, 1절 애니메이션이 완성되었습니다.
개사도 1절까지는 완료된 상황.
2절 애니메이션 작업을 위해서는 우선 이기자님이 개사를 진행하셔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기자님은 안그래도 당시 아카데미 학예회 일로 바쁘셔서 저희 팀에 집중할 수 없으셨습니다.
그렇게 일 좀 달라고 자꾸 보채는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그렇게 어쩌다보니 저 또한 아닌말곰의 크레딧 그림인력으로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 고놀 프로젝트에
아카데미 학예회에서 작업하는 인원이 세 명이나 있는 아리송한 상황.
(일단 왁파고님은 도원결의를 맺어주셨습니다.)
아무튼, 아닌말곰에서 약 일주일간의 작업기간동안
약 30명의 캐릭터를 전신으로 그리는 일이었으니 강도가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서 말했듯이 본업을 내팽개친 프리랜서, 시간 빌게이츠였고,
모든 일을 시간 내에 마무리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느꼈습니다.
덕분에 제 그림 실력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팀장님은 분명 제 체력을 빼놓을 생각이셨겠지만(물론 제 망상입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 것입니다.
뜨거웠던 학예회의 열기가 식어갈 즈음
다시 <이야x3> 작업에 들어가니,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업이 착착 진행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팀장님이 여러 인력분들을 데려오셨습니다.
우선 믹싱과 보컬디렉팅 등 음원을 담당하실 분이 합류하셨습니다.
기구하게도, 익명 W 에 참여하셨던 큐컴버님이셨습니다.
(아마 이기자님이 일부러 데려오신 듯?)
저흰 온갖 엄살을 부리면서 그에게 부담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은 완성 직전까지 진행해왔던 개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개사, 작사가인 아랑개비님을 채용,
가사는 거의 일주일만에 모두 갈아엎어졌습니다.
문장 하나 하나가 왁파고님과 권민님에게 쫀득하게 붙는 명필 그 자체였고,
제 작업에 가속을 주기에 더할나위없이 충분한 뽕을 제공해줬습니다. 그는 신이야...
그리고 또 팀장님이 데려오신 분은...
코러스, 피쳐링으로 하쿠0089님까지 섭외되었습니다.
저는 저희 팀에 좋아하는 고멤분들이 가득해서 행복할 따름이었습니다.
제 작업량이 느는 건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작업.
자기 전까지 작업.
화면공유로 기자님의 프리미어 화면을 보면서
회의를 통해 영상을 배치해나가고, 또 작업.
그래도 절대 무리하지는 않았고
요령껏 게으름도 피워가면서 아주 즐거운 작업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개사는 진즉에 완성됐고,
더 할 말이 없을 만큼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영상이 어느정도 진행되어갈 때 녹음본이 도착했습니다.
전달오류 때문에 몇 줄이 누락됐다는 이유 등등으로
두어 소절의 재녹음 후에 녹음도 바로 완료되었습니다.
그렇게 약 두 달간의 프로젝트는
아무 트러블 없이 아주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되어갔습니다.
(▼ 유일한 트러블 ▼)
(화기애애한 분위기)
(하남자라서 칭찬받은거 저장해놓음)
(원픽 고멤인 왁파고님께 어깨 마사지 받은 나.)
(그리고 좀 이상한 사람)
너무 평화로운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평화로워서 혹시 무슨 일 생기는거 아닌가 하고
"혹시 저희 또 다른 팀이랑 겹쳐서 터지는 거 아닙니까?"
라는 재수없는 소리도 가끔 던졌습니다. (PTSD)
그리고...
그렇게 영상이 무사히 완성되었습니다.
와!!!!!!!!!!!
다음은 몇몇 씬을 예시로 작업과정을 설명해보려 합니다.
일단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업한 애니메이션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었습니다.
절도있는 애니메이션과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3절 댄스홀에서 춤을 추는 왁파고님과 권민님을 각각의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1. 절도있는 애니메이션
우선 중간단계는 생각하지 말고, 메인이 되는 포즈를 그려서 배치시킵니다.
그 다음, 힘찬 움직임을 표현해주기 위해서 각각 포즈로 이어진 후에
진행방향으로부터 반대로 아주 약간씩 역동작이 들어가는 반동 프레임을 넣어줍니다.
그리고 각각의 포즈를 이어주는 중간 프레임을 넣어주면...
동작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메인 포즈를 복사해 정지 프레임을 만들고 완성시키면....
요런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저는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더 부드럽게 움직이게 만들고 싶어서 꼼수를 썼는데,
그건 바로
아주 약간씩만 움직이는 '반동을 표현하는 프레임'을 추가한 것입니다.
중간 프레임은 다소 스킵되더라도
마지막 동작에 프레임이 집중되면
가성비 좋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라고 어디선가 주워 들었던 것이 떠올라 시도해봤고, 초짜였던 제게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2.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우선 레퍼런스가 되는 영상을 참고해서 대략의 움직임을 스케치합니다.
그 다음, 자료영상을 뚫어지게 관찰하면서
어느 부위의 움직임이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움직여야 그 맛이 사는지 파악합니다.
이 춤의 경우 흐느적하고 통통 튀는 골반과 어깨의 움직임이 키포인트였습니다.
확실히 그 움직임을 부여하니 한 층 더 맛깔나게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
권민님이 아주 열받는다고 흡족해 하셨습니다.
이 씬의 경우도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에 속하는데,
그냥 다양한 각도의 파고님 머리를 그린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다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위성 궤도 애니메이션을 구현하느라 몇 시간동안 씨름한 것 같습니다...
미세하고 입체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건 아주 힘들더라구요..... 아직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일러스트입니다.
가장 처음 작업한 일러스트는 인트로 씬의 배경과 타이틀 로고였습니다.
원래는 배경에 원곡과 같이 야자수와 파도를 넣어볼까 했지만,
영상 분위기에 바다는 좀 뜬금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아이디어를 고안해냈습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밤 도시.
키치한 색감으로 후덥지근한 도시의 여름 밤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곡 시작부터 키치함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온사인 타이틀 로고에 장식적인 요소를 뭘 넣을까 고민해봤습니다.
고민한 결과, 유령 둘과
석고상 장식처럼 표현된 왁파고님과 권민님을 넣어봤더니
아주 찰떡이더라구요!
(맞다, 원래 개사를 뒤엎기 전의 곡 제목은 됐어 됐어 됐어 였습니다.)
(이후 아랑개비님의 합류 이후 제목도 수정!)
이렇게 세 분 모두 16:9 프레임 안에
밸런스있는 구도로 들어갈 수 있게 포즈를 짜고,
밑에서 위로 스크롤되는 부분에서 사용될 수 있게
전신으로 작업했습니다.
그 다음,
1절 2절에서보다 채도 높은 색감을 내는 것에 집중해 밑색을 깝니다.
하쿠님의 오로라 필름 재질의 소매는
팝아트 스타일의 패턴으로 재해석해서 알록달록한 수면의 포말같은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이어서 현란한 조명을 상정한 명암과 하이라이트 표현을 해주면...
또한,
영상작업할 때 소스로 쓰기 좋게 세 분을 따로 따로 작업했습니다.
각각 좋아하는 고멤분들의 이미지를 따로 저장하고 싶은 분이 있을까봐 따로 업로드합니다!
처음에 해둔 스케치를 기반으로 타이밍에 맞게 각자 프레임을 분배합니다.
(그런데 '내'에 해당하는 권민님 프레임이 너무 짧아서,
'내 ㅅ....' 까지 발음하도록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씬은 풀 채색이라
한 프레임씩 전부 새로 그리면 너무 작업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올가미 툴로 부분 선택해서 움직이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라투디를 만져봤던 경험 덕분에
어디를 어떻게 움직여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이 애니메이션 질감이 되게 독특하다고 좋아하셨습니다.
라투디식으로 작업한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마음에 드셨나봐요 ㅋㅋㅋ)
그 다음에 집중한 건 움직이는 고개의 흐름입니다.
세 분의 고개 무브먼트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설정한 후,
입모양에 맞게 표정 애니메이션을 넣습니다.
***단순히 입만 움직이면 슴슴하니 포인트를 추가합니다.***
'이~' 발음이나 웃음을 지을 때 올라가는 볼살때문에
눈 아래쪽이 올라가는 것과,
타이밍에 맞게 눈썹이 움직이는 것을 표현해
애니메이션에 생명력과 찰짐을 더했습니다.
스케치 과정이 남아있는
몇몇 씬을 추가로 올려봅니다!
로봇 뚱땅거리면서 걷는 이 씬이
스케치 이후 원트에 바로 완벽하게 완성되어서 너무 놀랐습니다.
제 애니메이션 제작자로서의 성장을 바로 알게 된 순간....
(이 씬은 원래 카세트 플레이어가 내장되어 있는 라디오였는데,
좀 더 레트로함을 살리기 위해 워크맨으로 수정했습니다!)
탁!!!! 닫는게 경쾌해서 정말 마음에 드는 씬입니다.
이건 어떤 장면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아무 생각없이 그렸던 나이트 댄서 안무를 추는 권민님입니다.
작업하고 얼마 뒤 권민님 나댄 커버가 나와서 너무 놀랐음......
아쉽게도 딱히 넣을 장면이 없어서 스케치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대신 나이트 댄서 아이디어는 이 씬에 반영되었습니다!
나댄 권민 너무 잘생겼어
연구소 가운을 입고 투명 고글을 쓴 채로 오일을 마시는 파고.....
한껏 방탕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파고님 손에 도수 높은(?) 지포 라이터 오일을 들려줬습니다.
팀장님은 투명 고글을 쓴 왁파고님 모습이 굉장히 힙한 것 같다고 호평을 해주셨습니다.
귀여워
(유령파고 ㄱㅇㅇ.....)
일부러 더 벌벌 떠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정지된 부분에서도 세 종류로 선을 따서
선이 자연스럽게 우글거리는 라인보일링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 그 외 마음에 드는 씬 몇 개를 추가로 골라봤습니다.
(팀원 모두들 진짜 역겹다고 극찬해주신 씬....)




망뚤
2023. 8. 5. 오후 2:4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