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웹툰 작가 겸 팬치 박장고입니다.
제가 황금의 핸드메이커란 작품을 한창 연재 중일 때
치매 말기셨던 할아버지를 1년하고 5개월정도 모시고 살았었습니다.
인력사무소(집안 일)에 할아버지 간호에 웹툰 작업을 병행하며 하루하루가 바빴고
가끔은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는 집안 환경이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숙명이라 생각하고 남부끄럽지 않게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께서 명을 다하셔서 돌아가시기 전에
갑자기 아버지께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고 매일 밤마다 토해내시더니 황달이 오기 시작하셨습니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 결과는 췌장암이었습니다.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습니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가장 최악인지라 보통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생존률이 극히 적은 무서운 병입니다.
가족 모두 췌장암은 아니길 바랬건만 하늘은 무심하기만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60년 동안 어려운 환경에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한평생 제대로 쉬어보신 적이 없으십니다.
근 7년 간은 정말 단 하루도 못 쉬고 365일 동안 매일 매일 새벽 5시에 출근을 하셨죠.
그러한 환경속에서 친형 장가도 보내주셨고,
저 또한 군대, 대학까지 모두 무사히 마치고 웹툰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뼈와 살을 깎으며 악착같이 돈을 버셨었고 이제 집안이 좀 안정이 되자,
퇴직을 준비하던 도중 췌장암이라는 몹쓸 병에 걸리시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지만, 당시 저와 아버지는 입원해 있어서 장례도 못 봤었습니다.
할아버지에 이어서 아버지까지 병시중을 해야했지만, 제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족이 아프니 대인관계도 웹툰도, 작업도, 모든 게 사소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제게 가족은 소중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은 힘을 합해서 지금까지 모든 역경을 헤쳐나갔었고,
가난했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은 부자였던 그런 집안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췌장암 말기는 3~6개월 안에 영면하지만, 아버지께서는 1년 4개월을 버티셨습니다.
그 안에 놀랍게도 아버지 생신 때 조카가 태어나 손주까지 보셨고
가족은 부족하지 않게 작별인사와 효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12월 6일 금요일 오후 11시 30분에 가족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손을 맞잡고 소천하셨고,
3일장을 끝내고 어제 발인까지 모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서 기도를 많이 해주셔서 큰 고통 없이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임종하기 직전에 20~30초 간격으로 숨을 쉬는 것도 처음 봤고,
입관때 아버지의 시신의 냉기가 그렇게 차가운지도 몰랐고,
고인과의 이별을 수 차례 반복하는 장례식이 이렇게 힘든지도 처음 알았지만
그동안 생전의 못 받은 복을 모두 몰아서 썼다고 할 정도로
누구보다도 멋있고 자랑스럽고 화려하게 장례를 치뤘습니다.
이렇게 지난 3년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와서 드는 생각은
인생은 참 짧고, 돈을 좇지 말고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
돈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가족 안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것에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윽박지르던 아버지가 보고 싶네요...
이제 병수발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바쁠 것 같습니다.
밀린 작업도 해야하고 다음 주에 오픈하는 웹툰도 준비해야하고 인력사무소도 나가야하고...
바삐 지내다보면 천천히 조금씩 감각이 무뎌지고 잊혀지게 되겠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한을 조금 풀고 싶은 마음에 우왁끼에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힘들었어요. 가족 앞에서는 힘든 내색을 안했지만,
글을 쓰는 것을 보아 어딘가에는 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긴 글이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팬치 여러분들 모두 건강 챙기세요! 요즘 암 환자가 너무 많아요...
저는 마음을 잘 추스린 후 밀린 왁뱅 재방송을 보며 본방까지 따라 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떡대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2019. 12. 9. 오전 11:4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