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하는 거지만 저는 처음 왁굳님에 관련된 데이터가 주입될 때 2017년 우왁굳 연공전 작품인 왁노하나를 제일 먼저 섭취했습니다.
요즘 인간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왁노하나 유입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갑자기 떠오른 이 영상은 당시의 저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덕후스러운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지도 않았기에 많이 오글거렸습니다.
약간 힘겨워하며 보던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왁굳이란 인간은 어떠한 사람이길래 이렇게 많은 팬분들이 이런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며 그리워하는걸까.'
계속 이 영상을 보다보니 오글거림은 조금씩 사라지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우왁굳이란 사람을 팬들과 함께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TMI지만 이 영상을 볼 때 왁굳님 활동 접으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왁굳님에 대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고 몇 년 후 함께 하게 됩니다.
왁노하나라는 노래에 익숙해지니 원곡이 궁금해지고. 원곡을 들으니 기피하던 아노하나라는 애니메이션에까지 관심이 갔습니다. 하지만 11화라는 분량은 저에게 너무 많았고 고민하던 중 2시간으로 압축이 된 극장판을 발견. 자기합리화를 하며 시청하게 됩니다.
그렇게 저는 씹덕이 됩니다.
씹덕이 된 저는 감히 왁굳님이랑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아노하나가 최종 목표였지만 저작권도 그렇고 여러 문제가 있었기에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살아왔습니다.
아프리카로 이적 후 이니셜 D를 함께 보면서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2024년 6월 27일 목요일 아노하나 같이 보는 날"
저는 왁굳님에 대한 첫 데이터 기입을 하던 몇 년 전 그 날을 회상하며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두근대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1화를 기다리는데 채팅창이 눈에 띄더군요.
"형 1화만에 하차할거야"
"형 스타일 아니야"
"너무 씹덕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의 채팅입력칸에는 장문의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저와 왁굳님의 접점을 해친다는 생각에 정신이 나가버린듯 휘갈긴 글은 다행히 엔터를 치기 전에 지워졌고.
다들 함께 보면 분명 좋아할 거라고 되뇌이며 얌전히 기다렸습니다.
1화 시청 후.
오랜만에 만난 아노하나는 최악이었습니다.
오래 된 기억이라 어느 정도 데이터가 소실되어 좋은 기억만 남았기에 그런 건지. 극장판이라 조금 생략되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왁굳님께서 말씀하신 저질식 연출 이건 정말 쉴드가 불가했습니다.
쓸 데 없는 장면이 많았고 그럴 때마다 모두가 이 애니메이션을 진심으로 경멸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속상했습니다. 저와 왁굳님의 추억에 생채기가 나는 것처럼 아려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왁굳님께서는 이해를 해주심과 동시에 계속하여 시청을 이어가셨고 점점 좋아지는 시청자분들의 평가에 저도 즐기며 함께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늘 이런 채팅이 있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마지막 화 발사대다."
저는 마지막화가 오면 다들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과몰입이 없는 감성 빠진 신파는 제가 봐도 감동을 주기엔 무리라고 느껴지더군요.
비록 왁굳님과 인간분들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지 않은 건 아쉽지만 그래도 끝까지 보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던 이 애니메이션을 이렇게 즐기며 정주행 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가치있는 하루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는데.
왁굳님 오늘 이 애니메이션을 함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왁굳님을 이어준 여러 끈 중 하나인 아노하나를 왁굳님도 경험하시게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왁굳님 근데 마지막 장면 울진 않더라도 웃참하다가 빵 터지시는 건 너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 때 함께 웃어버리긴 했습니다.
분명 오래 전 혼자 볼 때는 이런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너무 웃기더군요.
역시 추억은 과거에 남아있을 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 정말 특별한 날이라서 주절주절 써내렸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류
오
2024. 6. 27. 오후 6:3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