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릴파님 커버곡 [Dance Hall]에서
네네쿠로님과 함께 개사 작업 진행한 스타티스입니다.
작곡캠프/고놀/교놀 쪽에서만 작사/개사를 비롯해서 이것저것 작업하다가
이세돌 분들 공식 작업으로는 처음 인사드리게 되어 매우 도키도키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거두절미하고 음악 얘기만 하려 했으나
웬만한 얘기는 네네쿠로님이 거의 다 해주실 것 같아
이번에는 TMI도 조금씩 섞어가며 적어볼까 합니다.
출발해볼까요?
원래도 잠에 드는 시간이 좀 많이 늦는 편이긴 합니다만,
저 날은 어쩐지 잠이 안 오더라니 DM으로 선물이 하나 오더라구요.
모두 다 잠들어 있는 새벽에 혼자 소리지를 뻔했습니다.
내가? 릴파님? 공식 커버곡? 개사?
2년 전 처음으로 개사를 해봤을 때 네네쿠로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이후로도 개사 및 작사 작업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이렇게 좋은 기회에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두근거리고 떨렸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걸렸던 것은 이번 노래가... 댄스홀...
개사 난이도가... 정말 많이 빡셀 삘이었다는 것.
괜히 저를 부르신 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떨리긴 했지만
"이히히 신난다 릴파님 작업이다 댄스홀이다 이히히"
(실제로 이렇게 소리내서 말했음)
이러고 아무 생각 없이 서버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개사 작업.
정말
더럽게
빡셌습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이거 하나 개사할 시간과 힘으로
다른 곡 다섯 개 정도는 개사할 수 있겠다는 느낌?
예상은 했지만 말이죠, 정말 대차게 맞아가면서 작업했습니다.
밤 12시에 시작한 1차 회의는 새벽 5시까지 갔고,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며 나름대로 챙겨갔던 제 자신감은
무참하게 뚜들겨 맞으며 박살이 나버렸읍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아직 배울게 참 많더라구요.
맥락과 의미를 잡기 위해서는 발음을 적당히 포기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함께
아주 알찼던 다섯 시간 동안 첫 후렴구와 첫 벌스를 끝냈습니다. (전체 분량의 약 1/5)
대충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아니 개사에서 무슨 작업을 하길래 그렇게까지 걸려?"
그래서 작업 원리 및 과정을 일부만 공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개사의 기본 원칙은 일반적으로
1. 원본 가사의 의미를 최대한 지키면서
2. 음악적인 맛이 살도록 음절과 발음을 유지하고
3. 한국어 상에서도 문장의 의미가 자연스러워야 함과 동시에
4. 전체 곡의 분위기 내지는 영상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것
입니다. (물론 언제든지 케바케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이번 [Dance Hall]에서 예시를 한 번 들어볼까요?
여러 번 반복되는 후렴구 중 한 소절인데요.
1. 1번 원칙과 4번 원칙에 따라 원곡 가사에서 가져갈 부분을 골라줍니다.
원본 맥락 : 너를 통해 다시 '사랑'을 알게된 나
영상 내용 :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고 '댄스홀'에 서는 것을 꿈꾸는 나
= '사랑'은 '꿈(내지는 길)'으로 치환 가능, 즉 '사랑을 아는 것' = '내 꿈을 꾸는 것(길을 가는 것)'
2. 맥락을 잡았으니 2번 원칙에 따라 원곡에서 발음(강세)을 살릴 부분을 찾아줍니다.
키미가 이루카라 아이 - 오시루 코-토가마타 데-키루
3. 이때 강세를 살려야 하는 부분은 최대한 발음(자음과 모음)을 맞춰줍니다.
그리던 길을가다 넘 - 어져도 걸-어갈내가 되-기를
Q: 어라 선생님 '넘'<->'아' 랑 '어'<->'토'는 차이가 크지 않나요?
A-1: 원곡의 '아'는 음절 길이가 길어 사실 어느 글자를 놔둬도 OK
(그래서 발음보다는 의미를 잡는 용도가 더 크도록 사용 가능)
A-2: '어'의 경우에는 '걸어'가 되고, 발음하면 '거러'가 되는데
'ㅗ'랑 'ㅓ'는 둘다 후설모음+중모음이기에 비슷한 소리가 나고,
이때 'ㄹ'은 발음 상 'ㄷ'과 같이 혀끝이 윗잇몸을 때리기 때문에
'ㅌ'과 비슷한 타격감을 줄 수 있기에 '어'로 가져가도 OK
4. 단어를 찾아 어느 정도 문장을 완성했다면 3번 원칙에 따라 다듬어 줍니다.
ex) 그리던 '길을' 가다 넘 - 어져도 '걸-어갈' 내가 되-기를
-> 앞에서 '길을' 가고 있었으니 뒤쪽 행위를 '걸어갈'로 맞춰보자!
...갑자기 국어 시간이 된 것 같죠? 일부러 교과서 필체로 적어봤습니다.
개사 작업에서 발음을 맞출 때 생각보다 이런 국어 이론이 많이 쓰입니다.
'ㄷ,ㅂ'은 받침에서 닫히는 발음, 'ㄴ,ㄹ,ㅇ,ㅁ'은 초성에서 강세가 약한 발음 등등
이런저런 이론을 적용하면서 최적의 단어를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걸 매 소절마다 하시면 됩니다. 쉽다 그죠?
(고된 개사 작업으로 미쳐가는 작업자와 그들을 구원하는 릴파님)
뭐... 아무튼, 저런 식으로 한 달 동안 다섯 번의 회의를 통해
한 소절 한 소절 깎아 가며 개사를 완성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의견 충돌도 당연히 있었고,
충돌이 있을 때마다 저와 네네쿠로님은 온갖 근거를 들며
'왜 여기에 이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펼쳤습니다.
...라고는 하지만, 사실 네네쿠로님이 저에게 많이 양보해 주셔서
제가 가져온 단어나 표현들이 꽤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특히 벌스 부분에서 제 취향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읍니다 허헣ㅎ
(TMI -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서로의 미소가 저 밝게 뜬 태양' 입니다.
릴파님이 원곡 발음이랑 분위기를 너무 잘 살려주셔서 듣고 울 뻔했음)
그리고 개사가 끝난 이후에 릴파님께서도 녹음을 진행하시면서
감사하게도 개사본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셨습니다!
박자 알려드리려고 릴파님 보시는 바로 앞에서.. 노래도.. 불러드리고..
릴파님과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왁타버스 작업하길 잘했어 흐어엉ㅇ
"원곡 박자가 이렇게 되니 이렇게 불러주세요" 라고 부탁드리는 저에게
"제가 요렇게 불러보니 더 맛있더라구요" 하시는 릴파님,
'보컬이 신나고 재밌어야 곡이 잘 나온다'라는 불변의 법칙을 떠올리며 인정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원곡이랑 박자가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더 맛있다니 럭키릴파잖아!)
개사팀의 일이 어느정도 끝난 이후에는 후루추님과 타라맛스님에게 모든 걸 맡기고
거의 몇 개월 단위로 갈려나가고 있던 작화팀 분들을 응원하며
모두가 공들여 만든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완성되기를 기도했답니다.
긴 후기를 마치면서,
이번 개사 작업을 진행하면서 의도한 가장 큰 메시지는
"꿈을 품고서 현실의 하루를 끝낸 우리 모두,
신나는 댄스홀 위에서는 전부 괜찮을 거야"
입니다.
그 문장 안에 누군가는 품었던 꿈의 아련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현실의 하루를 무사히 끝낸 뿌듯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신나는 댄스홀을 기대하며 설렘을 느끼고,
누군가는 전부 괜찮을 거라는 말에 위로를 느낄 겁니다.
어느 것이 되었든 이번 노래가 여러분께 좋은 의미로 다가갔기를 바라며,
다들 무더운 여름날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릴파님과 모든 팀원 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름날의 시원한 [Dance Hall]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아래는 개사본 전문입니다!
It's okay 다 잊어봐
모두 세계 위에 댄스홀로
그리던 길을 가다 넘어져도
걸어갈 내가 되기를
나의 사랑이 꼭 닿기를
시작은 많이 아득한 미로
설레는 맘은 계속 이대로
달콤한데 이건 너무 어려워
그런대로 일단 가기로
목 메이고 말 때 그때 그때 한숨 뱉다간
희망찬 행복 미소 다 놓치게 될 걸
잊고 갈 건 아니겠지
다시 온종일 아른거려
It's okay 다 잊어봐
모두 세계 위에 댄스홀로
그리던 길을 가다 넘어져도
걸어갈 내가 되기를
모두 하루 길었던 오늘
시대를 넘어가는 댄스홀로
아픔은 잊고 떠나 쭉 나에게도
신나는 날로 가득해지기를
꿈의 저 모든 희미한 길은
때론 저 멀리 현실로 도망치고 싶어도
아직까지 맘속 안에 품었던 꿈
이미 하던 거나 하자 했지
멘탈은 더 세져 그래도 걱정돼서
무리는 말고 지금은 가만있으래
그런 게 됐다면은 나다운 게 아니지 뭐
자 다시금 미솔 가득 품어
That's okay 다 잊어봐
모두 세계 위에 댄스홀로
그리던 꿈을 이제 맘속에
꽃 피워 보자 다시 빨리
모두 막혀있었던 날에는
꼿꼿이 걸어나가 반대로
그래도 어떻게든 환하게
보란 듯 웃어보자고
It's okay 다 잊어봐
모두 세계 위에 댄스홀로
나도 신나게 같이 가 댄스홀로
너무 길었던 오늘
시대를 넘어가는 댄스홀로
다리가 지쳐간대도 흔들어
That's okay 괜찮아
모두 세계 위의 댄스홀로
다 나가자 주연뿐인 댄스홀로
You know? 서로의 미소가 저 밝게 뜬 태양
우리가 환하게 웃음 짓는 댄스홀로
사랑해 이 노랠 같이 부르기를




뚤 기 뚤 기
2024. 8. 25. 오후 3: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