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였으면 좋겠다.

이것이 진정 내가 보아야할 현실이라고 믿고싶지 않다. 잠을 자고 눈을 뜨면 수능날 아침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내 키만큼 문제집을 풀면 서울대를 간다? 누가 이런 달콤한 거짓말로 나를 나락으로 인도했는가?

국어 올해 모든 실모를 통틀어 최하점.수학 올해 모든 실모를 통틀어 최하점+3끝나고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이젠 뭘 해야하지?공허함과 허무감이 나를 감쌌고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적어도 2년 이상을 수능만을 목표로 꾸준히 달려왔는데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그토록 오랜기간 노력했는데 단 하루만에 끝나버렸다.나는 원래 시험이 끝난 직후, 특히 국어는 채점하기 전까지 어땠는지 모른다. 작년 수능은 굉장히 불안했는데 까보니 95점이였다. 국어가 끝나고 잘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이번엔 정확하게 직감이 왔다.

조졌다. 진짜 말 그대로 조졌다. 작년 수능에 수학은 결과적으로 80점이였으나 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잘 봤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끝나자마자 느낌이 왔다. 조졌다.작년에 비해 수학 굉장히 열심히 했다. 막바지에는 실모를 풀면 90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손에 꼽고 100점의 경험도 한번이나마 있었다.당연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정말로, 국영수만을 채점해본 이 시점에, 눈물이 날 뻔 했다.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고 살아왔다. 작년 수능 국어와 화학에서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수학과 물리가 안나온 건 그저 내 노력이 부족해서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더이상은 내 노력따위 믿지 않고 살 것 같다. 수능이 끝나면 하고싶은게 많았다. 너무 너무 많았다.

오늘이 수능날, 현재 18시 14분. 그게 뭐였는지 정말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작년과 올해, 인생의 최종 목표는 수능인 줄 알고 살았다. 나는 이제 뭘 위해 살아가야 하는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멀쩡하게, 정상인인 척 살아갈 수는 있을까?

이 생활을 다시 할 자신은 없다. 절대 못할거라 확신할 수 있다. 차라리 한강을 택할 정도로 내 정신이 절대로 버티지 못할걸 내가 잘 알고있다.나는 정말로 내 성적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어쩌다 원서는 썼지만 논술도 전혀 볼 생각이 없었고 당연히 대비조차 전혀 안했다. 지난 1년의 나는 플랜B가 없는 하나뿐인 길을 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길의 끝에는, 나락이 있었다.

내가 작년부터 2년간 책을 쌓아 올린 이유가 있다.재능충 소리가 듣기 싫었다. 당당하게 대학에 입학할 때, 내 노력의 양을 보여주고 싶었다.혹시나 수능에 실패하게 되면, 합리화라도 하고 싶었다.

"내가 이 정도 노력했는데 이렇게 되었다" 한순간에 삶에 대한 의욕이 없어졌다. 국영수를 채점한게 약 30분 전, 그 짧은 시간 동안에 한강으로 뛰어들까, 차도로 뛰어들까,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박을까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나는 코로나와 겹친 정말로 역겨운 수험생활 속에서 수능을 깔끔하게 끝낸 이후를 생각하며 꿋꿋하게 버텨왔다. 그것 밖에 생각할게 없었다.

수능 이후..? 그때는 뭐가 있지 ? 도대체 무엇이 있는건가?

아무래도 나는 더이상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이미 지금도 반쯤 미쳐있는 상태로 보이지만 언제쯤 맨정신을 되찾을지는 나도 모르겠다.물론, 수능 조진 재수생이 헛소리하는구나 싶을거다.

맞는 말이다. 수시와 다르게 정시는 실패했을때 그동안의 노력이 눈에 보이게 남지 않는다. 이 또한 내가 책을 쌓아올린 하나의 이유였다. 나를 응원해준 사람들이 꽤 많았다. 늘 보던 애들이나, 오래간만에 연락해서 응원문자 남겨준 친구들. 정말 너무나 고마웠다. 면목이 없다. 미안하다.황금같은 스무살, 1년을 바치고, 천 단위의 금액을 대가로 나는 국어 점수가 19점 떨어졌고, 수학이 2점 떨어졌다. 밑지는 장사란 이런게 아닐까?솔직히 말해서, 2월에 다시 수능 준비를 시작하고 오늘까지 늘 열심히 산 건 아니였다. 그러나 대충 7월까지는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또한 정신승리에 불과하다고 내면에서는 생각했던것 같다.

8월 즈음 코로나로 인한 2차 휴원에 내 멘탈과 계획이 무너져내렸다. 대략 두 달간 정말 많이 놀았다. 물론 놀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공부한 데 비하면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었다.10월 중순이였나, 말이였나..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려 했다. 물론 그동안 놀아온게 있기에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점점 수능패턴에 몸을 맞춰가며, 수능이 코앞일 무렵 최소한 휴원 이전의 실력은 되찾았다고, 아니 그 이상을 만들어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또 다시 수능 앞에 무너져내렸다.

이번 수능에는 놀랍도록 긴장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라 생각했다.

한 번 경험해봤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아마 미친듯한 불안감 앞에 스스로를 속였던 것 같다.

수능 이틀 전 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열한시 반에 누웠으나 두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은 예비소집일이였으며, 수능 전날이기에 늦잠을 자면 치명적이라는 생각으로 7시에 기상했다.최대 5시간 잔거다. 적어도 하루 7시간을 자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나에게는 굉장히 적은 시간이다. 수험표를 받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며 쏟아지는 잠을 정신력으로 버텼다.

지금 자버리면 내일은 없다 하는 생각이였다.수능 전날, 그러니까 어제. 정확히 9시 30분에 침대에 누웠다. 전날 5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했기에, 당연히 눈감으면 잠이 올 줄 알았다.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고, 내가 다시 휴대폰 시계를 봤을 때는 이미 열두시였다.9시 반에 누우면 10시쯤 잠들겠지, 하는 생각으로 6시에 알람을 맞췄었다. 8시간을 자면 나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에는 6시간도 못자고 일어나서 시험장으로 향하는 내가 있었다.정말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수십년이 지나도 인생에서 다시는 떠올리고싶지 않은 1년이지 않을까..? 올해 나는 수능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이 정말 너무나도 화가 났었다. 오죽하면 삼수드립 한번 친 친구를 손절하려고까지 했으니까.무엇이 문제였는지, 나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나에게 잊고싶어도 잊을 수 없는, 평생동안 나를 갉아먹을 하루가 된 것 같다.내가 수능날 잠수탄 건, 이미 계획된 일이였다. 꽤나 오래전부터 계획했었다. 수능을 조진 척 하면서, 나중에 좋은 결과 들고와서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휴원하는동안 논 걸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나를 불러내거나 같이 놀았던 친구들을 원망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더이상 후회를 하고싶지 않다. 나는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해서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바뀌지도 않으며, 기분만 더러워질 뿐이라고 늘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후회가 남아야 할 것 같은 상황인데 후회의 대상이 무엇인지 찾을 수가 없다. 작년에 재수를 결심한 것을 후회해야 하는가? 내가 무슨 말을 적고 있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건 지금 맨정신이 아니라는 점과, 맨정신을 되찾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거라는 점이다. - 12/3 수능 당일, 국영수 채점 직후.어제는 7시쯤 잠든 것 같다. 오늘 정확히 오전 4시 41분에 일어났다. 우선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담배를 피우다가 구역질이 날 뻔 했다. 네이버를 켜서 뉴스를 보니 국어가 어려웠다 하더라.. 이때 든 생각은 국어가 어려웠구나가 아닌 정말로 끝났구나였다. 눈을 떴을 때 오늘이 수능날이길 바랬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믿고 싶었다.

전말 믿고 싶었다.

모든 것은 어제 끝났다는걸 알면서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어제 탐구 가채점 답안을 입력해두고 잤기에 오늘 탐구 성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라리 확인하지 말 걸 그랬다. 물리를 풀고나서 이건 또 다시 1컷 50일거라 생각했다. 아니 사실 그정도로 쉬웠다 생각했다. 설마 진짜 1컷이 50이고, 내 점수가 47일 줄은.

작년에 수능을 치고 수능은 나름 정직하다고 생각했다. 국어에서 2문제, 화학에서 1문제를 찍었고 정확하게 그 문제들만 틀렸다. 수학에서는 세 개를 찍고 다섯 개를 틀렸었다. 물리에서는 두 개를 찍고 네 개를 틀렸었다.

총 8개 찍어서 하나 맞춘 셈이다. 그래서 올해는, 찍어서 맞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답을 체크하지 않고 넘길 수 있겠는가. 국어는 찍은 문제의 세 배 이상을 틀렸고, 수학은 찍은 것 보다 두개를 더, 화학은 찍은 것 보다 세개를 더 틀렸다.

이제 보니 총 열개를 찍었다. 그러고는 합쳐서 스물 두개 틀렸다.나는 올해의 내가 국어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실모를 풀 때면 언제나 시간이 10분 이상 남았고, 최대로 남은건 25분까지 남겨본 적이 있었다. 80점대 중반 이하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고, 20분 남기고 100점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그리고 수능에서, 내 점수는 7로 시작한다.올해 물리 공부 진짜 안했다. 막바지에는 일주일 공부량이 3시간정도 되었으려나..? 그래도 될 만큼 물리는 자신이 있었고 6월, 9월을 보고 수능이 쉽게 나올것을 확신했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사실 공부를 안했기에 약간 불안했다. 그러나 시험을 본 이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50을 확신했으나, 지금 내 점수는 47점을 기록하고 있다.작년과 올해의 가장 큰 차이는 작년에는 화1이였고 올해는 화2였다는 점이다. 올해 처음 했던 과목이고, 절대 만만한 과목도 아니다. 굉장히 많은 시간을 부었고, 막바지에는 어떤 실모에서도 꾸준히 40점대를 기록했다.

그리고 내 수능 점수는 3으로 시작한다.

나만 이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위에 적은대로 나는 물리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평소 실모보다 낮은 원점수를 받았다. 아무리 평가원이라고 해도, 사설과의 갭이 이 정도로 큰 벽이였던가..? 실모는 실전보다 어렵게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대비가 되니까.

수학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시험이 1컷 88 이하로 생각하고 낸 실모들이라 했다. 그런 시험에서 90점대를 유지하던 내가, 1컷 92짜리 시험에서 70점대를 받았다.실모는 정말 쓸모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친구들이 보고싶다. 그냥 얼굴만 봐도 웃긴,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하게 해주는 친구들이 보고싶다.

그런데 차마 볼 면목이 없다. 그놈들을 잘 안다. 내가 조진 걸 알면 자기들이 미안해하고, 죄책감이 들겠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든 일의 시작이 무엇이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 나는 어떡하지? 정말로 누구든 만나고 싶으면서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나는 이미 미쳐버린게 확실한 것 같다.그냥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메모장에 적어두었던, 적고 있었던 이 글을 업로드하기로 방금 결정했다.

아마 너무 길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겠지. 혹시나 누군가 끝까지 읽었다면, 쓸모없는 한탄글에 시간을 내 줌에 감사한다. 나는 여전히 누구도 만날 생각이 없으며, 연락에 답장할 생각도 없다. 차마 그럴 만한 용기가 없다. 연락을 읽고는 있다. 나를 생각해서 남겨준 연락, 고맙게 생각한다.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 12/4 오전 6시 14분.

끝으로 내 2년간의 노력을 첨부한다. 아니, 파도 한번에 정말 쉽게 휩 쓸려내려간 2년간 해변에 쌓은 모래성을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