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3교시 미학 강의를 했던 Prototype입니다.
기대보다 훨씬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들어주셨던 왁타버스 멤버들과 시청자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내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해준 PPT 역시 여러분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우왁굳님과 이세돌 여러분들의 열렬한 시청자인 아내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제가 올렸던 강의자료 게시글에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하나하나 답변드리기가 어려워서 후기 글을 남깁니다.
먼저 제가 참여한 동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이번 학교 컨텐츠에 참여할 동기는 아주 많았습니다.
가장 큰 동기는, 강의계획서에도 썼듯이, 미학에 대해 널리, 그리고 바르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학은 엄연한 하나의 학문 분과인데, 잘 모르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미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학문인지도 별로 알려져있지 않은 듯 하고요.
또 다른 동기는 보다 많은 분들에게 강의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었습니다.
저는 그간 소위 돈 안되는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사회의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사회적 지원이 없었더라면 제가 미학자의 길을 걷지 못했겠지요.
특별한 재주가 없는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아마도 교육 뿐일 것입니다.
저는 이번 기회로 여느 교수자가 평생동안 강의해도 다 만나지 못할 인원수의 수강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에 진 빚은 아마 평생 갚아나가야겠지만, 그래도 어제 강의로 상당 부분 털어낸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참해보고 싶었어요. ㅎㅎ
메타버스라는 것이 미학적으로도 너무나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고요.
그럼 여러분들이 댓글과 게시글로 올려주신 질문들에 간략하게나마 답변해보겠습니다.
아직 이번 학기 성적 처리 작업이 끝나지 않아서 여유가 많지 않은터라 혹시 답변이 너무 간략하거나 빠진 질문이 있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또한 아래의 질문들은 카페에 올려주신 질문들을 제가 문법과 맥락에 맞게 조금 손질한 것입니다.
1. 현대미술을 보면 작품의 감상만으로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작품들은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답> 의도주의자라면 편안하게 '작가에게 물어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요즘은 특히 sns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반의도주의자나 가설의도주의자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작품들을 반의도주의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 작품이 놓여있는 예술사적 맥락을 면밀히 파악해야겠죠. 만일 그래도 작가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는 그 작품의 의미를 알 수 없다면? 반의도주의자는 그 작품은 의미를 구현하는 데 실패한 작품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2. 1번에서 제기된 것과 같은 작품들을 볼 때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 해야 한다는 견해와 "작품을 소유한 사람들의 자취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의 경우에는 작품을 해석할 때 온전히 그 작가의 삶의 자취에만 의존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해석의 여지가 작가의 삶으로만 한정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의 경우에는 솔직히 어떠한 의미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위의 두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답> 일단 저도 두 번째 견해가 정확히 어떤 취지인지 잘 파악이 안되는군요. 작품의 해석이 감상자에게 온전히 달려있다는 것인가요? 만일 그렇다면 강한 반의도주의적 입장이 되겠네요. 그런데 여기에서의 문제는 그 감상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만일 열 명의 감상자가 있고, 각각의 감상자들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 놓았다면, 그 작품의 의미는 열 가지가 되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우리 중 특히 권위를 가지는 감상자가 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테고, 그렇다면 그 권위를 가지는 감상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할 수 있어야겠죠? 첫 번째 견해는 전형적인 의도주의, 전기주의적 해석인데, 질문하신 분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작품의 의미가 작가의 의도로 한정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의도주의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들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죠. 의도주의적 해석은 더 풍부할 수 있는 작품의 의미를 작가의 실제 의도로 한정시킨다는 것입니다.
3. 작가가 자신의 관점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해석하기를 원한다면, 이 작품을 반의도주의적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의도주의인가요 반의도주의인가요?
답>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작가의 의도는 내 작품을 반의도주의적으로 보라는 것. 그래서 그 작품을 반의도주의적으로 본다면 작가의 의도에 따르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의도주의인가, 반의도주의인가? 언뜻 보면 논리적 역설처럼 보이는데요. 여기에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작품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작가의 의도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입니다. '내 작품을 반의도주의적으로 보라'는 것은 작가의 의도이기는 하지만 작품의 세부적인 의미를 결정하는 의도는 아닐 것입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대략적인 의도인 것이지요. 따라서 이 의도에 따른다고 해서 반드시 해석에 있어서의 의도주의라고 볼 필요는 없겠습니다.
4. 다양한 해석을 가지는 것이 높게 평가된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해라는 작품에서 광복이라는 뜻 말고도 님(애인), 아침, 공포의 대상 등등 의미를 포함시켜 작품을 쓰는 것이 더 인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해석의 가능성이 넓다는 것과 작품의 가치가 높다는 것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엄밀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애매하게 만들어서 해석의 가능성은 넓지만 별로 좋은 작품이 아닌 경우도 있을테니까요.
5. 반의도주의 및 가설의도주의 관점에서 볼때 예술 해석은 과거, 현재, 미래 제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일까요?
답> 좋은 질문입니다. 의도주의는 아마도 이런 문제에서는 자유롭겠죠. 작품을 만들 때 가졌던 의도는 고정되어 있을테니까요. 그러나 반의도주의나 가설의도주의는 작품의 맥락에 의존하여 해석을 하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서 해석을 하는지, 누가 해석을 하는지에 따라 맥락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반의도주의자나 가설의도주의자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고 말해야겠군요. 어떤 반의도주의자는 작품이 탄생한 맥락에서 작품이 가졌던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또 다른 반의도주의자는 작품의 맥락이 달라지면 작품의 의미는 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어떤 입장을 더 타당하게 논증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겠습니다.
6. 미야자키 하야오나 신카이 마코토같은 작가주의는 의도주의랑 가설의도주의 중에 뭐에 가까울까요?
답> 미야자키 하야오나 신카이 마코토 같은 작가의 작품을 해석할 때 이 작가들이 실제로 어떤 것을 의도했는지를 추적한다면 의도주의, 그렇지 않고 이 작가들의 작품을 가장 잘,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이 작가들이 해당 작품을 가장 좋게 만드려고 했다면 무엇을 의도했을지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면 가설의도주의입니다.
7. 미학을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어떤 책을 읽으면 될까요?
답> 제가 강의에서 소개드린 책들은 교양서에 좀 더 가까운 책들이고, 전문 서적에 가까운 책들도 있습니다.
<미학대계> 1, 2, 3권 (서울대학교출판부)
오병남, <미학강의> (서울대학교출판부)
제럴드 레빈슨, <미학의 모든 것> (북코리아)
교양서 하나를 더 추천하자면,
오종환, <교양인을 위한 분석미학의 이해>, 세창출판사
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미학에도 여러 세부 분야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제 들으신 강의는 제가 전공한 분석미학 계열의 논의입니다. 분석미학은 (영미철학이라고도 불리는) 분석철학의 한 계열입니다. 그 외에도 독일(근대, 현대)미학, 프랑스(근대, 현대)미학, 고대미학, 중세미학, 동양미학, 비판이론 등 다양한 미학의 분야들이 있습니다. 한번 찍먹해보시고 어떤 분야가 잘 맞는지를 파악하시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제 강의가 재미있으셨다면 분석미학이 잘 맞을 수 있겠지만요.^ㅁ^
8. 어느 대학에 계신가요?
답> 제가 서울대와 인연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현재 서울대 교수가 아니고 미학과 교수도 아닙니다.^^ 제가 서울대에서 강의했던 내용 중 일부라는 서술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군요. 정확히 어느 학교 소속인지는 노코멘트 할게요. 현생과 이세카이가 구분되지 않으면 좀 재미없잖아요?^ㅁ^ (유튜브를 통해 공개함.ㅎㅎ)
9. 세균단이신가요?
답> 세균단... 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기에는 좀 민망하고요... 우왁굳님 뿐만 아니라 이세돌 여섯 분 모두 정말 보기 좋아요.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들을 보면 괜히 저도 기분이 좋고 힘이 나거든요. 근데... 그냥... 특히 고세구님이 너무 웃긴 것 같아요. 요즘 제 엔돌핀의 상당부분이 고세구님의 영향입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웃길 수 있지??? 여튼... 세구님 고튜브 좀 자주 올려주세요... 제가 생방을 잘 못봐요...
아니, 글이 왜 이렇게 길어졌지?
마지막으로 우왁굳님,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해요.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 기회로 좀 더 많은 스킬을 익혀서 메타버스에서 앞서나가는 교수자가 되고 싶네요!
우왁굳님, 이세돌 여러분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팬치 여러분, 감사합니다!
치전
강의 너무 알차고 유익했어요! 킹아~
2021. 12. 18. 오전 8:3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