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말공모전에 '뮤지성' 팀 [왁미제라블]에서 각본/연출을 담당한 양밍키입니다.
VR챗을 이용한 새로운 장르 작품을 여러분들께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왁굳형과 팬치들 반응이 좋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작품의 탄생부터 완성을 함께 해온 작가로서,
제가 어떤 의도로 무엇에 중점을 두며 각본을 제작했는지, 해당 작품이 어떻게 완성되어 왔는지를
공유하면 여러분들이 더 재밌게 극을 즐겨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여러분들께 후기 겸해서 소소하게 풀어볼까합니다.
1. 각본 변천과정
1) 테마 및 컨셉 설정
팀장님들이 선정해주신 뮤지컬의 큰 테마는 바로
'트위치 토토 시스템을 필두로 한 검투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토토 시스템은 올 한해 생방송에서 '정배'와 ‘역배’ 사이에서 재밌는 그림을 많이 탄생시켰기 때문에,
생방의 한 해 전체를 관통하는 연말공모전의 대주제로 선정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왁굳형 방송을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옮긴다면 여러 가지 재밌는 그림이 펼쳐질 것 같기도 했구요.
깔끔한 테마가 잡혀있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극본작업을 시작하기 쉬웠던것 같습니다.
토토와 더불어 2021 왁굳형 방송의 또다른 큰 아이템이라고 하면,
바로 이세돌-고멤을 필두로 한 'VR챗 컨텐츠'와 왁핑몰-치즐건콘으로 대표되는 '각종 마크 컨텐츠'였죠.
그래서 2021년 생방송을 돌아보자는 연말공모전의 성격에 맞게 그 두 개도 함께 집어넣는 것을 목표로 각본을 작성했습니다. 다행히도 형과 팬치분들께 이런 기획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테마 아래 3가지 큰 컨셉을 잡은 뒤 시놉시스부터 차근차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시놉시스는 토토가 과열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주인공이
"사실 노예는 검투노예인 내가 아니라 토토에 미친 관객들이다!"라는 조금은 철학적인 주제로 출발했었는데,
아무래도 좀 더 가볍고 즐길 수 있게 가는게 연말공모전 성격에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선역과 악역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왁굳형과 함께라면, 우린 노예여도 행복해!"라는 느낌의 팬치다운(...) 작품으로 노선을 변경했습니다.
그렇게
건콘(마크)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잡혀온 주인공이 콜로세움(트위치 토토)의 신흥강자가 되어
결국 황제의 충신멤버(VR챗)가 된다!
라는 지금의 시놉시스의 틀이 완성한 뒤, 각본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2) 등장인물 설정
배경이 로마시대로 바끼고 이런저런 극본만의 설정이 있었어도 여러분들이 무리없이 극을 이해하셨으면 하는 목적에서
국가(방송)의 주인이자 절대황제인 [우왁굳]을 중심으로,
모든 등장인물(엔젤라 제외)은 우왁굳 국가의 국민인 시청자 '팬치'의 모습을 투영하여 설정했습니다.
주인공 3인방(루서키다스, 리좐느, 고메무스)부터 짜잘한 엑스트라까지
모두 생방송에 있는 다양한 유형의 팬치분들을 담았습니다.
루서키다스 : 역배충, 고정멤버
시크릿이모나 : 고정멤버
리좐느, 풍신, 우벌리우스 : 충신팬치, 설명충
고메무스 : 정배충, 흑화팬치
루드비히 반 민수 : 민수, 근본무새
혐격 : 저격충
시민1,2 : 포인트를 걸지 않고 팬치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시청자
엑스트라 시민들, 코카인 : 일반적인 시청자, 토토무새, 중계충
팬치분들은 어떤 등장인물에 속하시나요?
대본을 이리저리 정제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디테일한 설정과 전개 양상이 많이 바꼈습니다.
후기 겸 해서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1) 루서키다스와 리좐느의 설정 변화
메인 캐릭터인 루서키다스와 리좐느는 대본이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설정이 참 많이 바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애인 사이었죠. 최초의 시놉시스에는 달밤에 서로를 그리워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부르는 듀엣곡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극에 오글거려지는 장면이 생기고, 왁굳형과 크게 관련되지 않은 서사가 길게 그려진다는 점, 제가 대사 쓰기가 싫다는 점
때문에 둘의 커플 설정은 폐기되었습니다.
루서키다스는 초창기 설정에서는 실제로 리좐느와 함께 본인이 잘못해서 노예로 끌려오게 되었고,
노예에서 해방되기 위해 맹목적으로 역배하는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니 극 전체에 선역과 악역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
루서키다스의 컨셉을 '역배충'에다가 '고정멤버' 컨셉을 더해서
지금의 해루석님 이미지처럼 좀 더 젠틀하고 유능하고 스마트한 선역 느낌이 되었습니다.
리좐느는 극 중 유일한 여자 메인캐릭터라서 설정이 참 많이 바꼈습니다.
처음에는 루서키다스의 여자친구였다가, 루서키다스에게 누명을 씌우는 악역(민수)이었다가
아이돌 멤버(?!)였다가하는 여러 설정 변화를 거쳐서 결국 '충신팬치'이자 '치명적인 설명충'이 되었답니다.
뮤지컬이 루서키다스와 고메무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리좐느의 역할은 처음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네요.
리좐느의 악인 설정은 루드비히 반 민수와 고메무스에게 조금씩 분배되었습니다.
(2) 고메무스는 설정 변화가 거의 없다.
또다른 메인캐릭터인 고메무스는 처음부터 '흑화팬치',
'황제를 사랑하다가 흑화하여 경기조작을 시도하는 악역'으로 설정했습니다.
처음부터 뢴트게늄님을 염두해두고 만든 캐릭터여서 컨셉도 쉽게 생각할 수 있었고, 대사 쓰기도 가장 쉬웠습니다.
뢴트게늄님이 극본을 잘 분석하여 세밀한 감정묘사까지 잘 해주셔서 매력적인 악역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흑화, 광기의 역할을 뢴트게늄님만큼 잘 표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싶네요.
고메무스의 테마곡 [Land of Gomem]과 [흑화]에서 고메무스의 캐릭터가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3) 그외에 사라진 몇몇 설정들
앞에 잠깐 언급했는데, 시놉시스 안 중에 리좐느가 황제 직속 아이돌 멤버. 생방에서 '이세돌'에 해당하는 컨셉(!)도 있었답니다.
만일 그 설정이 유지되었다먼 엔젤라를 연기해주신 아이네님과의 상황도 상당히 재미있게 전개되었을 것 같네요.
이렇게 여러 수정을 거쳐 결정된 설정을 구체화하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극 곳곳을 2021 왁굳방송 명장면으로 깨알같이 채웠답니다.
레전드 유튜브 각을 만들었던 마크 동물편부터 이세계아이돌, 상급찐따, 상현, 이세돌, 공지사항 등등...
2021년 방송을 빛낸 디테일 요소들도 찾아보면서 관람하시면 더욱 더 재밌게 극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 여담으로, 소름돋는 싱크로율의 VR챗 코끼리는 킹카멘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2. 곡 선정 및 개사
뮤지컬의 꽃이라고 하면 단연 뮤지컬 넘버죠.
뮤지컬은 사실 대사보다 넘버를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극의 상황을 극대화하여 전달하기 때문에,
각본 쓰는 것만큼 곡 선정과 배치, 개사에도 신경썼습니다.
팀원분들과 회의하여 각 캐릭터와 배우분 목소리, 장면의 분위기에 맞는 여러 곡을 후보로 뒀고, 최종적으로 9곡이 선정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일 익숙한 뮤지컬 영화인 디즈니 영화가 보통 90분 러닝타임에 7~8개 정도의 넘버가 들어간다는 걸 감안하면,
50분정도 되는 러닝타임에 비해 9곡은 진짜 많은 양인데, 초기 기획에는 12곡까지 제시되었을만큼
팀장님과 배우분들 모두 넘버에 진심이었답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곡을 짧게 부르는 것으로 결정해서
지금의 넘버들이 선정되게 되었습니다.
[1. 루드비히 반 민수 - Memory](원곡: Cats-Memory)
: 추억을 잃어버린 민수가 황제가 함께 했던 추억을 노래하는 곡.
[2. 고메무스 - Land of Gomem](원곡: Kinky Boots-Land of Lola)
: 고메무스 테마곡. 고정멤버로서의 자신과 황제를 드높이며 부르는 곡.
[3. 루서키다스 - The Greatest Show](원곡: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
: 루서키다스 테마곡. 등장하자마자 새로운 콜로세움의 신흥강자가 된 루서키다스가 각오를 다지며 곡.
[4. 고메무스 - 흑화](원곡:지킬앤하이드-Confrontation)
: 루서키다스에 의해 고정멤버의 자리가 위태로워진 고메무스가 황제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 흑화하며 부르는 곡.
[5. 루서키다스, 고메무스 - The Other Wak](원곡:위대한 쇼맨-The Other Side)
: 경기조작을 권하는 고메무스와 응하지 않는 루서키다스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갈등을 노래한 곡.
[6. 앙상블 - 내일로](원곡:레미제라블-One Day More)
: 등장인물 모두가 내일 있을 역대급 경기를 기다리며 각자의 심정을 노래한 곡.
[7. 엔젤라 - Speechless](원곡:알라딘-Speechless)
: 엔젤라가 맨날 나가라고만 하는 황제에게 더 이상 굴복하지 않겠다며 소리치는 곡.
[8. 앙상블 - Red & Blue](원곡:레미제라블-Red&Black)
: 고메무스와 루서키다스를 필두로 한 역배와 정배 진영이 각자의 승리를 확신하며 부르는 곡.
[9. 앙상블 - 시참의 노래](원곡:레미제라블-민중의 노래)
: 노예여도 황제와 함께하는 지금이 행복한 등장인물 모두가 '시참이란 이런거지'하며 부르는 곡.
넘버들이 많은만큼 최대한 다양한 형태(아리아, 듀엣, 앙상블)와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감정을 담은 곡으로 선정해서
들으면서 지루하지 않고 다채롭게 들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실 조금 더 찐뮤지컬처럼 구색을 맞추려고
서곡, opening number, reprisse 등도 맞춰서 넣고 싶었으나,
좀 더 친숙하고 유명한 넘버 위주로 선정하여 지금의 뮤지컬 넘버들이 완성되었습니다.
넘버 배치는 순서대로 3개씩 처음, 중간, 끝의 내용을 전달하도록 설계했습니다.
1~3번 곡은 1막, 캐릭터와 배경 설명, 루서키다스의 등장(사건 시작)에 관한 노래,
4~6번 곡은 2막,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 극으로 치닫는 전개를 강조하는 노래,
8~9번 곡은 3막, 최후의 결전과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주제곡을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곡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뮤지컬 내용이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의도했습니다.
제 의도처럼 노래만 듣고도 뮤지컬 한편이 머릿속에 그려지신다면 좋겠습니다.
넘버 선정 이후 루석님, 뢴트게늄님과 함께 개사작업에도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가사에도 꺠알 포인트가 많았는데 다 알아채주신 것 같아 기쁩니다.
뮤지컬 넘버는 특성상 대중음악과는 다르게 개사해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The Other Wak]이나 [Red&Blue], [내일로] 넘버에는 같은 멜로디에 등장인물이 서로 다른 가사를 노래하는데,
일반적인 대중음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패턴이죠. 등장인물별로 해당 장면에서 극대화될 감정을 기억하며 개사했습니다.
대립되는 두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셨다면 좋겠습니다.
여담으로, 처음부터 작가권한으로 무적권 해야한다며 못 박아버린 넘버가 있는데, 바로 '내일로'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 다른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넘버로
[One Day More]만한 곡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넘버가 가장 인상깊으셨나요?
기확 단계에는 있었지만 컨셉이 바뀌면서 폐기된 곡들도 많습니다.
토토에 미쳐있는 사람들에게 과연 누가 노예인거냐며 따지는 컨셉의 '루서키다스-[누가 죄인인가]',
난 너무 잘난 여자라며 거만떠는 컨셉의 '리좐느-[난 예술가의 아내라]',
전략적 역배를 하는 루서키다스를 보고 나도 대가리가 깨지는 것 같다는 러브송 '루서키다스/리좐느-[그게 나의 전부란 걸]' 등
뮤지컬 덕후분들이라면 다 알만한 유명한 넘버들도 계획되어 있었지만, 각본 수정 및 검수를 거쳐 빠지게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채택이 안된 후보곡 중에는 [그 눈을 떠]도 있습니다.
루서키다스가 토토 시스템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사람 목숨까지 거는 황제와 시민들을 향해
이제 그만 도박에 빠져나와 현실을 직시하라-는 컨셉의 노래였습니다.
이 컨셉도 참 매력적이었는데, 루서키다스의 설정변화로 인해 [누가 죄인인가]와 함께 극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곡은 해루석님이 따로 녹음하셨었죠. 해루석님 목소리와 참 잘 어울리는 곡 같습니다.
사실 해루석님의 '그 눈을 떠'는 많은 팬치분들에게 의도치않게 뮤지컬 프로젝트의 기대를 높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뮤지컬 프로젝트는 팀장분들이 오~~~래 전부터 계획한 프로젝트랍니다.
3. 마치며
이것저것 쓰다보니 말이 많아지네요.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이니 만큼 하고싶은 말이 아직도 넘쳐나고,
등장인물에 정도 많이 들었지만 뇌절이 되기 전에 이제 그만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뮤지컬 자체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작가인 저 말고도
아바타 제작,맵 제작,촬영,편집,음향,bgm,노래,연기,몸연기,디자인 담당해주신 모든 팀원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퀄리티로 작품을 빛내주셨습니다.
제가 대형/장기프로젝트가 처음인데도 좋은 분들과 함께 해서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고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저도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소중한 기회 만들어주신 팀장님과 팀원분들께 다시 한번 너무 감사드리고,
저희가 이렇게 뮤지컬영화 비슷한 걸 만들어낼 수 있게끔 영감을 주신,
우리 팬치들의 뮤즈, 우왁굳 황제님께도 정말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싶습니다!!
부려먹는게 아니라 내가 비빈거다
-시참의 노래 中-




틀딱이된노진구
킹아
2021. 12. 27. 오후 4:3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