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팀 해조의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를 맡은 불면증입니다.

스토리 총괄 및 세계관 기획,

도입부 (계단 살인사건 이전) 및 종결부 (선택의 날) 스크립트 집필,

아이네, 징버거, 릴파, 주르르, 비챤 파트의 스토리 기획 및 집필,

마지막으로 고세구 파트의 기획을 담당했습니다.

1) 들어서며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작은 성공을 거둔 작품 하나를 막 완결해, 창작쪽으로는 시간이 붕 떠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떠올린 것이 조공이었지요.

리와인드로 유입될 때부터 마음은 있었으나, 프로그래밍도 일러스트도 노래도 못 하는 제게는 늘 무리였던 조공.

제가 할 줄 아는 건 이야기를 짜내는 것뿐이니, 그것만으로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어딘가에서는 시나리오 라이터를 찾고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진 채,

6월 초부터 하염없이 인력게시판만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그러기를 거의 보름, 왁타버스 취업난에 좌절하려던 찰나...

(사기 수준 포트폴리오에 속아버린 총괄님과 팀장님)

저는 어느 게임 팀에서 시나리오 라이터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게 됩니다.

게임 각본도 처음, 요구되는 문체도 제가 즐겨 쓰는 화려체나 우유체가 아닌 간결한 웹소설체.

영입조건에 들어맞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일단 들어가서 깨부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마침 미약하지만 관련 경력도 있겠다, 자신 있다고 강력하게 어필하여 취업사기 하듯 채용되었습니다.

2) 집필 의도

(아직 다가올 깨부를 알지 못했던 초반기의 집필 환경)

메인/서브/세계관 기획을 모두 모집하셨던 만큼, 게임 시스템 및 컨셉은 잡혀 있었으나, 이를 어떻게 세계관에 녹여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영입 당일에 세계관 기획 회의를 진행하며 집필의도를 정리하였습니다.

1) '컨텐츠를 조공' 한다는 취지로, 내수 밈의 집대성보다는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신 오리지널리티 높은 시나리오 제공.

2) 각 이세돌 파트의 핵심 소재를 이세돌과 시청자 사이의 관계에서 발굴.

3) 무엇보다, 이세돌 분들이 즐길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스토리 제작.

게임의 분위기가 굉장히 무거운 만큼, 다루는 소재도 무거워야 좋은 퀄리티를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겁고 감성적인 스토리 라인이 자신이 있기도 했습니다.

각 이세돌 분들의 캐릭터 해석의 경우 '어디까지' 재해석을 할 것인가의 경우는, 당시 연재되고 있던 <B챤만화>와 <이세돌 무협만화>, <C급병사 고세구>의 재해석 사례를 참고하였습니다.

(캐릭터 재해석의 강도는 원본 세돌분들과 작중 이세돌 캐릭터 사이에 지나치게 괴리감이 느껴지면 안 되는 부분이어서,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습니니다.)

2) 세계관 기획 및 설정

작중 서사 내에서 이세돌 분들에게 최대한의 집중도를 드리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엑스트라들을 제거, 고립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러프로 보여드렸던 기획은 총 세 가지입니다.

1) 시베리아 숲 한복판의 지하 벙커.

(만약 이 기획이 통과되었다면 비챤님이 길 잃은 여행자, 아이네님이 시설을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등장하시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2) 망망대해의 크루즈.

3) 원작과 동일한 마을.

제안드렸던 안건 가운데 지하 벙커의 경우는 고증의 난점 및 일러스트팀의 공수 과다로 인해, 마을의 경우는 엑스트라가 과다하게 시나리오적 비중을 가져갈까 염려되어 기각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코스믹 호러 느낌이 섞인 크루즈>로 최초 세계관 기획을 확정내게 됩니다.

여기서부터가 제 기나긴 깨부의 시작이었습니다...

다음 과정으로는 크루즈와 이세돌 분들에게 어울리는 직업 및 괴이 선정이 필요했습니다.

이하의 순서는 실제 기획 및 집필 순서입니다.


1) 고세구 (선장/외계인 -> 선장/수살귀)

배경이 크루즈로 확정된 첫날부터 '선장 고세구'라는 다섯 글자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당초에는 세구님의 캐릭터성을 고려하여 괴이를 <외계인>으로 기획하려 마음을 먹었고, 우엉새 총괄님께서 컨셉아트도 지원해주셨습니다.

(외계인 세구. 결국 배경과 어울리지 않아 폐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외계인은 작품 세계관 컨셉인 '호러'와 '크루즈' 어디에도 연결되지 못했고,

이러한 피드백을 받아들여 최종적으로는 선장 포지션에 가장 어울리는 상대인 <물귀신>으로 기획을 변경합니다.

고세구님 서사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책임감에 이보다 어울리는 설정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2) 비챤 (승객/장산범 -> 승객/늑대인간 -> 소꿉친구/늑대인간)

최초로 고려했던 괴이는 <장산범>이었습니다.

그러나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 각 이세돌분들의 캐릭터 소재들을 대조할 때에,

아이네 님 파트의 주요 소재가 될 예정이었던 '목소리'와 겹치는 점, 장산범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가 없는 점 등을 감안, 폐기됩니다.

비챤님에게 어울리는 괴이가 무엇일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참에 마침 이중인격 망냥냥 밈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엉새 총괄님의 컨셉아트. 저는 이 아트를 본 직후 기대컨이 박살나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해당 부분을 살린 <늑대인간>이라는 설정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빛 관련 설정도 이때 확정, 초고 스크립트를 완성합니다.

그러나 당시 설정이었던 <승객>의 경우, '주인공이 처음 만난 비챤에게 과도하게 헌신적이다'라는 피드백을 받아,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 <소꿉친구>로 변경하였습니다.

소꿉친구로 설정 변경하고 나서 리메이크 수준의 퇴고를 진행했습니다.

다시 엎고 써야 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즐거웠습니다. 원래 이런 소재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3) 아이네 (의사/세이렌 -> 바텐더/세이렌)

(아이네 기획부터는 우엉새님이 캐릭터별 스탠딩 CG를 전부 작업하시느라 컨셉아트를 못 그리셨습니다.)

<세이렌>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기존 도끼 이미지의 남용을 회피하기 위해, 아이네 님의 캐릭터성 가운데 '목소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성을 선정하였습니다.

세이렌의 경우에는 많은 분들이 인어로 알고 계시지만, 그리스 쪽 전승에 따르면 반인반조이기도 합니다.

'새' '목소리'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특성상, 아이네 님의 경우는 세이렌을 떠올린 순간부터 아이네 님의 괴이를 세이렌으로 확정지었고, 이에 맞는 직업적 정체성을 고르게 됩니다.

아이네 님 플롯의 특수성을 위해 최초에는 의사로 기획하였으나, 이후 시나리오 피드백을 거치며 '목소리와 바' 컨셉에 집중할 수 있는 바텐더로 변경되게 됩니다.

4) 징버거 (유튜버/아귀 -> 조리사(생존자)/아귀)

징버거님의 캐릭터성 가운데 가장 포인트가 높은 부분은 햄버거였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살려서 <아귀>로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네 님과 마찬가지로 기존 화가 이미지에서 동떨어진 정체성을 부여해드리고 싶었는데요,

최초에는 징버거님 특유의 햄버거 모자를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점과 서든어택 고수이신 점을 살려 FPS 유튜버 설정을 고려하였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이 설정도 대칭되는 괴이인 <아귀>와 어울리지 않아, <아귀>의 특성에 징버거님의 캐릭터성을 섞어, '물건을 마구 저장하고 주인공에게 가끔 던져주는 생존자형 캐릭터'를 기획하였습니다.

이 부분을 떠올리고 난 뒤에 <생존자/조리사> 두 가지 이중 면모로 진행하는 쪽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주르르 (코미디언,연예인/구미호 -> 연예인,무당/구미호)

주르르님의 경우에는 괴이가 구미호로 이미 정해진 상태여서, 어울리는 직업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최초에는 기획 당시에 유행하던 코튼튼 밈을 살리려고 했었습니다.

코미디언으로 유명하지만 정말 되고 싶었던 건 연예인이라는 컨셉으로 스토리 구성을 진행했으나, 작품 분위기와 맞지 않아 변경이 필요했습니다.

주르르 님 특유의 매력 포인트를 살리기 적합한 연예인 속성은 그대로 유지,

이후 오컬트적 분위기와 티키타카를 동시에 맡을 수 있는 '무속인'으로 설정이 확정되었습니다.

6) 릴파 (무대 가수/뱀파이어 -> 특수요원/뱀파이어)

주르르님과 동일하게 뱀파이어라는 괴이를 이미 확정한 상태여서, 어울리는 직업을 정해야 했습니다.

최초에는 Never Enough의 이미지를 살리고자 무대 가수를 희망하였으나,

목소리 컨셉이 (당시 의사 설정이셨던) 아이네 님과 겹치는 부분, 가수<=>뱀파이어간의 호환성, 그리고 릴파님 방송의 밈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캐릭터 컨셉 등등의 피드백을 받았고, 아예 설정 자체를 다시 짜올렸습니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녹여낼 수 있는 밈으로 선정된 부분이 (그 밈) / 기술의 선구자 / 급뱅종 세 가지였고,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특수요원으로, 그리고 급뱅종은 '기면증' 속성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설정을 모두 탄탄하게 짜 올리고 썼다면 이상적이겠으나, 대부분의 환경이 그렇듯이,

상술한 설정 기획은 집필 과정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습니다.

많이 갈아엎었고 많이 다시 썼습니다.

8월을 지나면서 저는 각 플롯과 시놉시스를 정리하고 집필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저희 프로젝트 인원 모두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3) 깨부

(중반부의 작업환경. 하나의 이파리로서, 아이네님 복귀 방송을 보면서 기뻤습니다.)

소설의 서사 흐름은 익숙했으나, 노베나 게임 시스템 내에서의 서사 흐름은 너무 생소한 종류였습니다.

기존 소설에서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던 부분을 생각해야 했어서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깨부를 했습니다.

특히 '단일 스크립트가 괴이와 인간일 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감정선을 지녀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요...

이세돌 분들의 대사에 중의적으로 보여지는 묘사를 넣으려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게임시스템 특성상 6회차까지도 주인공 심리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도 힘든 과제였습니다.

3개월 정도 깨부를 거친 결과가 좋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깨부를 하는 동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회의해주셨던 총괄 우엉새님, 그리고 대본 리딩까지 해주시면서 모든 이세돌 파트 서사를 완벽하게 파악하신 4Q님께서 캐릭터 디자인이나 일러스트 컨셉 레퍼런스를 검수해주셨고,

일러스트 및 사운드 팀원 분들의 작업물 피드백을 담당해주시면서 제 어깨의 짐이 많이 놓였습니다.

4) 스크립트

기획과 깨부 단계를 거치며 스크립트 완성 절차를 거쳤습니다.

여섯 이세돌 분들의 내러티브 안에 <이세돌과 이파리> 사이의 관계가 핵심 모티브로서 잘 녹아들었는지 확인하고,

게임 스크립트라는 특성과 플레이타임을 고려하여, 문장을 굉장히 빡빡하게 운영하였습니다.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아 내수 밈 추가와 문장 완성도 강화 등의 퇴고를 런칭일 3일 전까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후반부 작업 양해해주신 연출 우엉새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각 이세돌분들의 스토리라인에 대한 저의 뱀발입니다.

1. 아이네

아이네 님 서사의 핵심 모티브는 '이세돌로부터 시청자가 받은 긍정적인 영향' 입니다.

노베나 게임 시스템의 특성상, 스크립트 내에서 각 이세돌 분들은 한 공간에서 주인공의 방문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서사 내부에서도 이세돌 분들께 주체성을 부여드리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는데요.

저는 여기서 욕심을 부리기로 했습니다.

이번 게임이 팬 게임인 만큼,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세돌 분들에게 드리는 만큼, 이세돌 분들의 서사가 주체성 없이 주인공의 선택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아이네 파트의 서사에서는 의도적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무너뜨렸습니다.

세이렌이라는 괴물의 특성까지 고려하여, 주인공이 크루즈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장치로 활용, 최종적으로는 아이네 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의심을 극복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서사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이렇게 구축한 서사는 인간/괴이 엔딩에서 고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두 달 가량 총괄이신 우엉새 PD님 / 검수 맡아주신 랑느 님과 머리를 싸매면서,

주인공 심리 묘사가 지나치게 아이네에게 의존적이지는 않은지, 또 반대로 아이네를 너무 과하게 의심하지는 않는지

게임 시스템에 지장이 가는 문장은 없는지 철저하게 검수를 거쳤습니다.

2. 징버거

징버거 님 서사의 핵심 모티브는 '이세돌 분들과 이파리가 낯섬을 극복하는 과정' 입니다.

처음 리와인드 MV로 이세돌 분들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낯섬과, 실제로 방송을 보며 이세돌 분들의 선하고 매력적인 모습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모티브를 따 왔습니다.

과거에 있던 일로 인간을 믿지 않는 징버거와, 크루즈라는 특수한 상황 안에서 누구도 믿지 못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감정선을 묘사하는 게 정말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징버거 캐릭터의 서사를 알아가며, 그녀를 이해하고, 마침내 그녀와 경계를 넘어서 호의를 주고받는 데에 성공하게 됩니다.

징버거님의 밈적 요소인 다꼬리 인형과 음식이라는 키워드를 장치로 활용하여, '교환'이라는 행위를 부각하는 데에 서사를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쌓아 놓은 교환 기반의 서사는 5와 6에서 주인공과 징버거가 상호간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의 호의를 확인하며 고점에 도달합니다.

징버거 파트는 우엉새님과 4Q님께서 아낌없이 피드백해주신 덕분에 스토리 퀄리티가 굉장히 상승한 파트입니다.

초고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직설적으로 짚어주신 덕에 제가 많은 깨부를 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는 버거님 방송에서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3. 릴파

릴파 님 서사의 핵심 모티브는 '이세돌 분들에게 저희가 보내는 응원과 지지'입니다.

릴파 님 본연의 매력을 고점에서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반대로 초반부에는 캐릭터성을 정반대로 운영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특수부대원이나 자신감을 모두 잃고 무언가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끝내 그것을 이뤄내는 서사가 릴파라는 캐릭터에게 굉장히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각 이세돌 분들을 더 연구해야 했고, 유튜브와 나무위키를 찾아보면서 제가 몰랐던 부분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요,

릴파 님의 서사는 명언들이 너무 많아서 어느 걸 소재로 삼을지 정말 행복한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초반부의 힘없는 릴파가 유지하고 있는 책임감이 끝내 포기하지 않고 이뤄내는 과정에서 서사적 고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의심 서사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릴파의 개인 물품을 뒤지는 행위가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의 피드백은 시나리오 검수를 맡아주신 랑느 님께서 주로 지적해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5화 설득 개연성도 우엉새 님, 랑느 님과 굉장히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 엔딩 마지막 대사는 출시 일주일 정도 전에 변경하였습니다. 그 대사를 넣고 나서야, 비로소 릴파라는 스크립트가 완성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릴파 님에게 가장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4. 주르르

주르르 님 서사의 핵심 모티브는 '이세돌 분들의 매력과 캐릭터성'입니다.

주르르 님은 캐릭터성이 굉장히 명확하신 편이어서, 캐릭터 구축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아이네 파트에서 설명드렸던 '이세돌 분들에게 주체성을 드리고 싶다'는 욕심까지 합쳐져,

게임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주인공보다 심리적 우위 포지션을 가져간 인게임의 주르르가 완성되었습니다.

주르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려나가는 것과, 주르르라는 캐릭터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적어나가며 정말 재밌게 작업했습니다.

여우 신령과 은서 등, 주변 캐릭터들의 서사를 최대한 보조적으로 연출하여 주르르가 서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문장을 운영하였고,

무속적인 면모를 동원하여 6회차에서 기존 갈등을 최대한 해소하면서도, 이야기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조절하였습니다.

아이네 파트와 마찬가지로 게임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서사다보니 우엉새님과 4Q님과 함께 머리를 상당히 싸맸습니다. (아이네 파트에서 깨부를 많이 한 덕에 그 전보다는 쉬웠던 것 같습니다.)

작중 6회차에서 진행되는 굿은 무명 귀신들을 위령하는 거리굿의 대사를 따 와, 서사에 맞게 가공한 버전입니다. 혹여나 부정 탈 일이 없으시도록 최대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작업을 하며, 주르르라는 캐릭터의 완성도가 마치 기획 단계때부터 이미 준비가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주르르의 대사 대부분은 제가 서술했다기 보다는 캐릭터 주르르가 스스로 움직여서 서술했다고 생각합니다.

5. 고세구

고세구 님 서사의 핵심 모티브는 '책임감 있고 어른스러운 모습'입니다.

고세구 님은 서사를 쓰기에 가장 편안했습니다. 스토리 팀 내부에서 '고트키'라고 불릴 정도로, 어떤 액팅이나 대사를 부여해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최초로 선장이라는 기획을 확정할 때부터 고세구 님이 엔진을 고칠 수 있도록 진행하였고, 다른 이세돌 캐릭터와 다르게 '승객'들을 구하고 싶다는 심리도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고세구 님의 플라스틱 머리장식을 장치로 삼아 3화에서부터 스토리 분위기를 변경하였으며, 5화까지 갈등을 높게 유지하였고,

6화에서 '마지막 승객이 나'라는 설득 개연성까지만 부여한 채 5화까지의 원고를 작성한 이후 서브 시나리오 라이터 '게글이'님께 인계드렸습니다.

팬으로 조공드리는 스크립트니만큼 팬심에 기반한 서술이 실패할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2022년 하반기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6. 비챤

비챤 님 서사의 핵심 모티브는 '이세돌 분들과 함께 한 추억'입니다.

최초 비챤 님의 캐릭터성에서 소꿉친구를 확정한 직후, 늑대인간 면모를 극복하는 데에 이보다 좋은 장치가 없을 거라고 확신하였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비챤에게 신뢰 고정으로 진행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어떻게 보면 제게 가장 익숙한 소설식 구성을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 구성 또한 비챤님의 밈적 요소와 정말 잘 어울리게 구성할 수 있었고, 빛이라는 요소를 활용하여 정말 맛깔나게 진행하였습니다.

시나리오 검수이신 랑느 님과 우엉새 님, 그리고 4Q 님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개연성 부분의 깨부를 많이 하였고, 최종적으로는 각 엔딩에서 제가 정말 자신 있는 서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챤은 이 프로젝트 후반부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비챤은 실패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었을 정도로 자신이 있는 스크립트입니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 제 확신이 빗나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5) 마치며

괴롭고도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피드백이 들어올 때마다 자기확신이 조금씩 깎여나갔고, 런칭일은 다가오는데 퀄리티는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런칭 직전에는 밤에 악몽을 꿀 정도로 압박감이 심해, 하루 걸러 하루씩 팀원 분들에게 예민함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신 팀원 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감사와 사과를 전달드립니다. (_ _)

결론적으로는 제 사지를 지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무언가를 헌정할 수 있다는 건 참 복 받은 일입니다.

그것도 이렇게나 훌륭한 팀에서 메인 작가라는 직함을 달고 할 수 있었다는 건, 비교할 데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적으며 부침도 휘청거림도 많았지만, 5개월간 제가 겪었던 수많은 깨부들의 산물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여섯 분의 아티스트에게 짧은 행복을 드릴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고의 팀원과 최고의 팀이었습니다.

*작품 내의 엔딩은 총 18개입니다. (일부 대사 변경 등을 모두 합치면 18개보다 많습니다.)

*아직 팬게임을 하시지 못한 이세돌 분들의 방송에서는 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자제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작품 서사 내 의도했던 디테일이나 소재 등은 스포일러 우려도 있어, 공개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게 설정입니다 :)